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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 ‘코미디 퀸’ vs 훈훈한 가족극
정치풍자 코미디 ‘정직한…’
전편 감독·배우들 출동
백수서 도지사 된 주상숙
초심 잃고 다시 권력욕
부동산 투기·개발 비리
‘진실의 주둥이’ 대폭발
능청스럽고 찰진 연기
라미란표 코미디 압권
뮤지컬 영화 ‘인생은…’
첫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2개월 시한부 인생 주부
남편과 첫사랑 찾기 여정
‘미인’·‘알 수 없는 인생’…
신파 얘기 명곡과 버무려
연륜의 류승룡·염정아
유쾌하면서 따뜻한 호흡
지난여름 극장가에 한국 블록버스터 대전이 벌어졌다면 올가을에는 코미디 영화들이 맞붙는다. 여름 성수기 끝자락에 조용히 개봉해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둔 영화 ‘육사오’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멸종되다시피 했던 코미디 영화들이 오랜만에 극장을 뒤덮고 있다. 약 3년간 이어진 팬데믹 사태 피로감을 ‘웃긴 영화’로 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천절 연휴를 앞둔 지난 28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2’와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코미디 장르. 두 영화는 예매 관객 수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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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감동이 있는 두 작품이 같은 날(28일) 나란히 개봉했다.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날카로운 웃음을 선사했던 ‘정직한 후보’(왼쪽)가 2년여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같은 날 개봉한 ‘인생은 아름다워’는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들을 추억의 명곡과 버무렸다.
◆정치풍자 코미디 ‘정직한 후보2’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 누적 관객 수 153만명을 동원하는 준수한 성적을 거둠과 동시에 주연 배우 라미란에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던 ‘정직한 후보’ 속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지며 백수 신세로 전락한 주상숙(라미란 분)과 충직한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은 물론, 전편에서 각본·연출을 맡았던 장유정 감독까지 주역들이 다시 모였다.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정치인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전편 포맷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새로운 인물과 설정을 더 했다. 3선 의원에 서울시장 후보까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던 ‘국민 수류탄’ 주상숙은 선거 낙마 후 고향 강원도에서 은둔 생활을 한다. ‘정치 바닥에서 끝났다’며 재입당도 거절당한 상숙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온몸을 던져 트럭을 탄 채 바다에 빠진 청년을 구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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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지사로 정치 인생 2막을 맞게 된 상숙은 단숨에 높은 지지율을 얻는다. 도정 쇄신을 위해 의욕적 행보를 보이던 것도 잠시, 권력의 맛을 느낀 상숙은 연임에 대한 욕망으로 보여주기식 행정과 거짓을 일삼는다. 결국, 초심을 잃은 상숙은 1편에 이어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되는 벌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개발 비리, 환경 문제에 북한과 청와대의 등장까지 여러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오른팔인 희철까지 함께 ‘진실의 입’을 갖게 된다는 새로운 설정은 속편의 주요 웃음 포인트다. 여기에 상숙의 얄미운 시누이 만순(박진주), 희철의 경쟁자 태주, 건설사 CEO 연준(윤두준) 등이 합류해 인물 간 관계를 다양화하며 재미 요소를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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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이끄는 인물들이 많아졌지만 웃음을 끌어내는 일등공신은 단연 ‘코미디 퀸’ 라미란이다. “배꼽도둑이 되겠다”는 포부가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라미란은 능청스럽고 찰진 연기를 선보이며 ‘라미란표 코미디’를 다시 한 번 완성해냈다.
다만 전편과 거의 흡사한 구성은 마치 전편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특히 간신히 초심을 되찾은 상숙이 도지사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구태 정치인으로 돌아가는 설정은 무리다. 상숙의 정의구현 행보에서 관객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정치풍자에 대한 칼날이 무뎌진 것도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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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는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인생을 바쳐온 세연(염정아)은 어느 날 폐암 말기로, 살 날이 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는다. 가족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죽음을 앞에 둔 세연은 정작 누구에게서도 위안을 받지 못한다. 세월이 억울한 세연은 자신을 설레고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 세연은 남편 진봉(류승룡)을 설득해 목포, 부산, 완도 보길도 등 전국을 누비며 ‘첫사랑 찾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지난날 함께한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마주한다.
온갖 신파적 요소로 버무린 작품이지만 이 영화는 음악을 통해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인기 대중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단순한 플롯에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와 안무를 더 했다. 영화는 신중현 ‘미인’, 임병수 ‘아이스크림 사랑’, 이문세 ‘알 수 없는 인생’, 이승철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최호섭 ‘세월이 가면’, 토이 ‘뜨거운 안녕’ 등 추억의 명곡을 극에 녹여냈다. 대부분 뮤지컬 영화가 그러하듯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판타지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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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극과 뮤지컬 장면 사이 간극은 류승룡과 염정아 두 주연이 탄탄하게 메워 냈다. 연륜 깊은 두 배우는 20대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류승룡은 신파적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이 작품을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통해 시종일관 유쾌하게 끌고 나간다. 능청스러운 진봉의 모습은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극한직업’(2018) 속의 류승룡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류승룡은 “웃음이나 당황하는 모습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호감이 안 가는 모습이 조금은 해소되길 바랐다”며 “사실 제가 (코미디 연기를) 지향한다. 요즘처럼 웃음이 없어지는 시대일수록 약간의 사명감 같은 것도 자꾸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작품 자체는 예측 가능한 이야기, 평면적 인물로 구성돼 새로움을 주지는 못한다. 뮤지컬 영화의 특성을 살린 장면 또한 ‘맘마 미아!’(2008), ‘라라랜드’(2016) 등 기존 작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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